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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수험생, 취준생을 위한 공간

직접 내 집을 지어서 사는게 꿈이에요.

by 건축일하는 문어 2019. 12. 30.




*** 제가 듣고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쓰다 보니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
*** 제 글들의 내용은 회사나 학교, 시대에 따라 다르거나 변화할 수 있으니 기본 개념이 이렇다는 정도로 이해해주세요. ***





직접 내 집을 지어서 사는게 꿈이에요





누구나 한번씩은 이런 꿈을 꾸었을 것이다.

나중에 언젠가는 직접 내가 살 집을 지어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나 역시 이런 꿈을 꾸었다. 내가 원하는 집을 직접 지어서 살아야지 하고.

그 꿈을 깨는 소리를 해서 미안하다. 그 꿈은 평생 그 누구도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오늘은 가볍게 이 꿈에 대해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볍게 해보고자 한다.




  집을 지으려면 어떤 순서로 이루어질까?


아파트가 아닌 예쁜 나만의 주택을 지으려고 한다. 집을 짓는 순서가 어떻게 될까?



1. 우선 돈을 충분히 모아야 한다.


2. 그 돈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을 산다.


3. 집을 어떻게 지을지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 등 각종 설계도서를 작성한다.


4.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관련된 추가 도면들을 작성한다. 이 추가되는 필요 도면으로는 구조, 전기, 기계, 설비, 통신, 소방, 토목, 조경, 인테리어 등이 있다.


5. 이 모든 도면을 바탕으로 재료비나 인건비 등을 계산해서 내가 생각한 예산과 맞는지 검토를 한다. 만약 예산에 맞지 않으면 수정을 한다.


6. 예산에 맞게 수정이 완료가 되었다면 이 작성된 도면들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지 검토를 한다.


7. 문제가 없으면 지자체에 건축신고와 허가를 신청한다.


8. 신청이 접수가 되고 허가가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집을 짓는 공사를 시작한다.


9. 모든 공사가 마무리 되면 착공신고를 하고 사용승인(준공검사)을 신청한다.


10. 모든 신고와 승인이 떨어지면 그 집에 들어가서 행복하게 살면 된다. 만약 승인이 안나면? 안타깝게도 그 집에서 살 수 없다.




어떤가? 단순하게 보았을 땐 이렇게 10단계면 나만의 집을 지어서 살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나 혼자 다 할 수 있을까? 아냐, 아냐. 내가 직접 공사하는건 어렵고 힘드니까 업체에게 맞기고 어떤 집을 지을지 내가 설계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앞서 내 블로그를 주로 보던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설계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설명을 하자면, 무면허 의사는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이 불법인건 아마 다들 잘 알 것이다. 건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건축사가 아닌 사람이 설계를 하면 위의 집 짓는 순서에서 7단계를 통과하지 못한다. 건물이 무너지면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건축사와 각종 기술사만이 건물을 설계할 수 있게 되어있기 때문이다(물론 예외인 소규모의 일부 건축물이 있다. 이건 법 조항을 참고하시길). 또한 각종 건축 법규들도 고려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결국은 내가 설계를 한 도면이나 구상을 바탕으로 설계를 해달라고 건축사에게 의뢰를 해야 한다. 그래야 7단계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도면이 건축 설계도면만 있으면 되는게 아니다. 4단계에 있는 각종 도면들이 또 필요하다. 이것 역시 일반인들은 잘 모르니 전문가들에게 맞길 수밖에 없다. 흠... 어쩔 수 없이 또 각 분야별 전문가를 찾아간다(혹은 건축사에 의뢰하면 그와 연계된 업체를 알려줘서 도면이 작성되기도 함). 이렇게 해서 겨우 모든 도면을 갖추고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공사를 주변 지인들을 동원해서 하기도 하겠지만 아마 보통은 시공사를 많이 선정해서 할 될 것이다. 이것 역시 전문성이 필요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니까. 직접 하려면 신경 쓸 게 많아서 골치 아프고. 차라리 돈으로 업체를 선정해서 하는게 마음이 편할 것이다.

 

 



그런데 이 시공회사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걱정이다. 도면대로 잘 하고 있는건가? 자기들끼리 돈 남겨 먹으려고 부실 공사 하는거 아냐? 재료는 내가 원하는 재료로 사용하는거 맞겠지? 일을 늦장 부리면서 해서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어떡하지? 이 시공사가 제대로 안 해서 나중에 승인이 안 나면 어떻게 되는거지?? 내가 맨날 가서 지켜봐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본인이 직접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지켜봐도 된다. 그러나 일반인이 뭐가 뭔지 알 수나 있을까? 가서 가만히 서있는다고 시공업체가 제대로 일을 할까? 이를 위해서 감리라는 직업이 있다. 나 대신 공사 과정을 감시하는 존재이다. 감리를 따로 알아보는 경우도 있고 건축사가 감리의 일을 겸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도면대로 제대로 시공을 하는지 검사를 하고 감시를 한다.


잠깐 건축 분야에 전문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보통 건설사나 시공사에서 공사를 할 때에도 감리가 공사를 감시한다. 감리라는 존재는 건설사에 속해있지 않고 별도의 감리업체가 있다. 이유는 위에서 봤던 상황들 때문. 만약 건설사에 감리가 속해 있다면 감시를 제대로 할까? 그냥 서로 눈감아 주면서 대충대충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감리 뿐만 아니라 건축설계와 구조설계부터 건물이 완성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는 각각의 전문 업체가 별도로 있다. 아무리 대형 건설사라도 그 회사 내에 자체적으로 설계와 구조, 기계, 설비 등등의 모든 부서나 팀, 회사를 두고 있지 않다. 한 회사 내에서 모든 과정이 이뤄지면 그 모든 과정에서의 투명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모두 한 회사인데 제대로 안정적인 설계와 검토가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


아무튼, 나 대신 제대로 공사 현장을 감시해 줄 감리를 고용하면 제대로 공사가 진행이 될 것 같다. 그럼 난 그냥 평소처럼 일을 하거나 쉬면서 공사가 마무리 되길 기다려야겠다. 가끔 궁금할 때 한번씩 가봐야겠군.


기다리다가 드디어 완공이 되었다. 집도 이쁘게 잘 되었고 원하던 집이 완성이 되었다. 마음 같아선 바로 가구와 가전 등을 넣고 살고 싶은데 건물을 사용하기 위해 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필요한 자료들을 챙기고 가서 접수를 하고 시간이 흐르면 사용허가가 떨어진다. 드디어 내 집이 완성이 되었다. 당장 집을 꾸며야겠군.



대부분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집을 짓게 된다.

"나중에 언젠가는 직접 내가 살 집을 지어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어떤가? 내가 모든 단계에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 내 집을 지어서 살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건 자본준비이다. 땅을 살 돈과 집을 짓는데 필요한 돈만 있다면 나머지는 돈을 받은 각종 전문가들이 알아서 해 줄 것이다.


결론 : 돈을 모으자. 그러면 나머지는 업체들이 다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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