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듣고 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쓰다 보니 다소 주관적일 수 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
*** 제 글들의 내용은 회사나 학교, 시대에 따라 다르거나 변화할 수 있으니 기본 개념이 이렇다는 정도로 이해해주세요. ***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은 대학과 학과를 정할 때 많은 고민을 한다.
이 학과는 뭐를 배우는 학과이지?
이 학과는 어느 학교가 유명하지?
이게 나랑 적성에 맞을까?
이걸 전공해서 졸업하면 어떤 일을 하지?
돈은 많이 버나?
취업은 잘 되나?
비전은 어떻지?
나 역시 위의 고민을 했었던 1인이다.
많은 궁금증들 중 이번 포스팅에서는 건축학부/건축학과/건축공학과의 차이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글에 앞서서 나는 한국건축학교육인증원에서 인증을 받은 국립대의 건축학부에 입학해서 2년 동안 건축학부의 커리큘럼대로 전공을 배웠고 3학년부터는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를 선택해서 전공을 정하게 되는데 3학년 때 건축학과를 선택하여 배우다가 마음이 바뀌어 3학년 2학기 때부턴 건축공학을 전공하였다. 고로 나는 건축공학과 졸업생이다.
1. 건축학부 |
대학마다 바로 건축학과나 건축공학과로 바로 입학하여 관련 전공을 배우는 학교도 있지만 내가 나온 학교처럼 건축학부라고 하나의 학과로 입학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건축학부라 함은 쉽게 말하면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 두 개의 기본적인 전공내용을 두루두루 배우는 과라고 볼 수 있겠다. 나의 경우 2학년까지 건축학부생으로 전공을 배웠다. (다른 학교도 2년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두루두루 배우면서 나의 성향이 건축학이 맞는지 건축공학이 맞는지 어느 정도 판단이 내려지게 되면서 3학년으로 진급 시 학과를 정하게 된다. 이때 성적순으로 학과를 지원하게 되는데, 만약 내가 건축학과로 전공을 살리고 싶은데 모집 인원이 30명인데 40명이 지원을 했다. 그럼 성적순으로 상위 30명만 받게 된다. 나머지 10명은 원치 않게 건축공학과를 선택해야 된다. 대학에 입학했다고 신나게 노는 걸 말릴 생각은 없다. 다만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전공을 계획하고 싶다면 학점관리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럼 건축학과와 건축공학의 차이는 무엇일까?
2. 건축학과 |
보통 4년제와 5년제가 있는데 내가 다닌 학교는 5년제였다(건축학부 2년 + 건축학과 2년 혹은 3년으로 총 4~5년제). 내가 알기론 대부분이 5년제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것은 아니다.
4년제와 5년제의 차이는 건축교육 인증을 받았냐 못 받았느냐이다. 4년제의 건축학과는 인증을 못 받은 것으로, 졸업 후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다. 결국 졸업 후 건축교육 인증을 받은 대학원 과정을 마쳐야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할 자격이 주어진다. 반면 5년제 건축학과는 건축교육 인증을 받은 것으로, 졸업 후 일정 조건만 달성하면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할 자격이 주어진다. 여기에서 말하는 일정 조건은 4년제나 5년제나 같다. 건축학교육인증원(http://www.kaab.or.kr/html/sub04_2.asp)에서 어느학교가 인증받은 학교인지 알 수 있으니 참고 바란다.
이제 건축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살펴보자. 메인 전공과목은 건축설계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건물을 지을 때 어떤 건물을 지을지 배우는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참고로 이 과목은 하루 강의 시간이 9시간이다). 그런데 건물을 지을 때 반영할 요소들이 매우 많다. 건물의 용도에 따른 평면 계획, 그 안에서 사람이 취할 행동을 위한 인간 심리 분석, 그걸 반영한 공간 구성, 여기에 미적 요소인 디자인 부분을 반영하고, 건축법적인 요소도 반영을 해야 한다. 즉, 건물을 어떻게 설계할지 기능적, 계획적, 심리적, 디자인적인 접근의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보면 뭔가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니 예를 들면서 좀 더 상세하게 설명을 해보겠다.
예시 1)
4인 가족의 집을 짓고자 한다.
이 가족은 100평의 땅이 있고 돈이 3억쯤 있다.
(학생을 위한 예시이니 현실적인 요소는 제외하고 얘기해본다.)
자기들이 원하는 걸 반영해서 집을 지어달라고 한다.
아빠는 영화감상이 취미이고, 엄마는 독서가 취미이다.
첫째는 이제 막 취업한 사회인이라 자취를 하지만 주말마다 집에 와서 쉰다.
막내는 수험을 앞둔 수험생이다.
부모님은 운전을 하지만 자녀들은 운전을 못한다.
어떤 집을 지어야 하겠는가?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영화감상을 할 수 있는 방음이 되는 방이 하나 있으면 좋을 것이고 독서를 좋아하는 엄마의 공간 또한 만들면 된다. 첫째가 편히 쉴 수 있는 취향의 방을 만들고 공부에 집중해야 할 막내를 위한 방도 만들면 된다. 방이 너무 좁으면 감옥처럼 갑갑할 수 있으니 크게 지어야겠지만 땅이 제한되어 있으니 적당한 크기를 찾아야 한다. 이 외에 거실과 화장실, 주방, 식사 공간, 베란다, 다목적실, 주차장 등 주거에 필요한 공간도 만들면 된다. 대신 땅의 크기가 제한이 있고 집을 지을 수 있는 돈도 제한이 있다. 3억원 안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게 설계를 해야 하고 그 땅에 건물을 지을 경우 몇 층까지 지을 수 있는지, 건물 높이는 최대 몇 미터까지 지을 수 있는지, 그 땅이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지, 주변에 도로나 대중교통이 있는지 등 주변 주택과 자연과 같은 환경과 교통 등 외적인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기껏 지었는데 법적으로 허가가 안 나면 그 집은 사용할 수 없다. 기껏 지었는데 버스 하나 없는 시골 외딴곳에 있으면 사회생인 첫째는 주말에 집에 어떻게 오는가? 기껏 지었는데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없으면 부모님은 어떻게 집에 와야 하는가? 다시 말해서 4인 가족의 요구를 맞춰주되 집안에서 편히 보낼 수 있는 동선(사람이 움직이는 경로) 계획과 공간을 디자인을 해야 하며 주변에 있는 주택들과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면서 이쁘게 집을 지어야 하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예시 2)
이번엔 백화점을 설계해보자. 백화점의 주목적이 무엇일까? 바로 방문한 사람들이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옷을 사든, 명품을 사든, 무엇을 사 먹든 돈을 쓰는 공간이고 이게 목적인 건물이다.
그럼 이건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최대한 사람들이 쉽게 건물에 들어와서 최대한 오래 머무르면서 다양한 상품들을 노출시켜 소비를 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가만히 본인이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갔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엘리베이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주로 에스컬레이터 타고 이동했었는데. 이동하다 보면 하나씩 내가 사려고 했던 거나 맘에 드는 게 있어서 충동구매한 적이 있었지. 쇼핑하다가 갈증 나서 커피숍에 잠깐 앉아있다가 화장실 가려면 또 한참 찾아갔었어. 그러고서 또 쇼핑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 차려보면 저녁이더라. 그래서 나가려고 에스컬레이터 타고 이동하면 뭔가 핫바나 델리만쥬 같은 맛있는 냄새가 나서 유혹을 못 이기고 사 먹은 적도 있었지.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다 의도한 계획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 사람에게 상품의 노출이 적어져 소비를 끌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구석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냄새나는 화장실도 엘리베이터 근처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상품을 노출시켜서 소비하게끔 하려고 에스컬레이터를 많이 설치한다. 보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바로바로 위로 위로, 혹은 아래로 아래로 연속으로 갈 수 있는데 간혹 짜증 나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 올라가고 좀 걸어가야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게 다 최대한 사람의 동선을 길게 만들어서 상품을 보게 하고 소비를 끌어내기 위한 계획적인 설치이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왜인지 아는가? 잘 생각해보면 마트나 백화점에는 시계와 창문이 거의 없다. 우리는 시계를 보면서 시간을 인지하고 해가 뜨고 지면서 시간이 지나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사람의 습성을 이용하여 시계를 없애고 창을 최소화하면서 오래 머무르게 하는 것도 계획된 것이다. 또한 백화점에 사람을 많이 끌어들이려면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자동차가 접근하기 쉽게 도로에 접해있어야 하고 주차장에서의 차의 동선도 고려해야 한다. 차가 없는 사람도 접근할 수 있게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집을 지을 때와 마찬가지로 제한된 땅과 돈을 고려하면서 디자인적 요소, 미적인 요소, 법적인 부분을 생각하여 최선의 건물을 설계해야 한다.
두 개의 예시를 보니 어떤가? 건축학과는 이런 걸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건축의 기본적인 용어들과 개념을 배우고
건축법규를 배우고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한의 공간 활용을 위한 건축계획과 설계를 배운다. 미적 감각을 위해 미술사을 배우고 국내외 건축역사, 건축양식을 배운다. 또한 환경과 사람이 서로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배우고 건물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보니 사람의 심리도 일부 배운다.
3. 건축공학과 |
건축공학과는 4년제이다(나의 경우 건축학부 2년 + 건축공학과 2년으로 총 4년).
주로 배우는 건 쉽게 말하면 건축학과를 전공하여 나온 전공자들이 도면을 작성했다면 건축공학과를 나온 전공자들은 이 도면을 현실화한다. 즉, 2D(도면)를 3D(건물)로 만드는 전반적인 과정을 배운다고 보면 된다. 조금 전문용어로 말한다면 건축공학은 주로 구조적, 역학적, 시공적인 부분을 공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설계한 백화점의 도면이 완성되어서 건물을 짓고자 한다. 가능한 도면과 똑같게 지으면서, 무너지지 않게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시간과 돈이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니 최대한 효율적인 재료와 공법(공사방법)을 선택해서 건물을 튼튼하고 도면과 똑같이 짓되 저렴하게 지어야 한다. 그러면 건물구조를 어떠한 구조로 지어야 할지 건물구조의 종류와 특성을 알아야 할 것이고, 건물이 무너지지 않게 지으려면 어떠한 재료로 어떻게 구조적인 설계를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어떻게 하면 공사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빠른 시일 내에 건물을 다 지을 수 있을지를 알아야 한다. 약간 공학적인 접근의 학문이며, 어찌 보면 수학과 물리 등 숫자와 좀 더 관계가 깊은 학문일 수도 있겠다.
지나가다가 아파트나 상가건물 등 건축공사현장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거에 대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얘기하면 간혹 현장에서 막일(노가다)을 하는 인부들을 떠올리면서, 에이 건축공학과 나오면 저런 일 하는 거야? 하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업 인부들은 외국인 노동자이거나, 알바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건축공학과 나와서 꼭 공사현장에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일도 많다. 만약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종합건설사(흔히 아는 회사로 예를 들면 현대건설, SK건설 등)에 취업하여 현장에 배정되어 전반적인 공사를 계획하고 공사기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업무를 지시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즉 공사현장에 나오는 건 일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파악하러 나가는 것이지 직접 일을 하러 나가는 게 아니다. 공사현장 안에 컨테이너 사무실이 있는데 그 안에서 사무업무를 하는 사람이 건축공학과 출신의 사람이다.
4. 그 외 건축 비슷한 과에 대한 의견 (예 :실내건축과 등) |
가만히 대학교별로 학과를 살펴보면 건축학과 건축공학이 아닌 다른 학과들이 많다. 실내디자인과, 건축디자인과, 실내건축과, 실내건축디자인과, 인테리어과 등등 건축 비슷한 학과들이 많고 어느 과를 갈지 고민하는 학생들도 많다. 결론적으로 내 의견을 말하자면, 구체적인 직업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건축학과나 건축공학과를 가라고 말하고 싶다. 건축 비슷한 과들은 결국 건축에 포함된 학과들이다. 다시 말하면 건축학과나 건축공학과가 나머지 학과들보다 상위 개념의 학문이라고 본다. 물론 세분화된 학과들은 그 과의 주요 전공에 초점을 맞춰서 좀 더 자세한 학문을 배운다. 그러니 특정 직업을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건축업계 전반에 취업 가능한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를 가라고 말하고싶다. 실제로 취업문은 이 두개 과가 더 넓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면, 건축학과를 졸업하면 인테리어 일도 할수 있고 그외 건축업계의 모든 일을 할수 있지만 인테리어과를 졸업하면 인테리어 일은 할 수 있지만 나머지 다른 건축관련 일은 하기 힘들다. 실제로 내 동기중 건축학과를 나와서 지금은 인테리어에서 일하는 동기도 있다. 이런 차이가 있으니 본인이 잘 생각해 보고 뚜렷한 목표가 있는게 아닌 그냥 건축 관련된 일을 해보자 하는 것이라면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를 선택하길 바란다.
이제 조금 방향이 잡히는가? (그랬으면 좋겠다). 이걸로 건축 학문에 대해 다 알 순 없지만 대략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받아들여서 진로선택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건축학부로 진학하여 건축학과를 전공하게 되면 졸업장에 건축학과 졸업으로 기록되고 건축공학과를 전공하게 되면 졸업장에 건축공학과 졸업으로 기록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건축학과 건축공학 모두 적성에 맞았다. 그래서 건축학과를 전공하다가 1년이라도 빨리 졸업하고 취업해서 돈을 벌고자 하여 건축공학으로 중간에 옮긴 케이스다.
이로써 글을 마치며 다른 궁금증에 대한 글들도 차근히 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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